주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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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를 읽다가 마음에 드는 주례사를 찾았다. 내가 지금 주례사를 할 입장은 아니지만 단순히 글이 마음에 들어서 옮겨 적어본다. 글쓴이가 출처도 밝힐 필요 없이 마음대로 써도 된다고 하였기 때문에, 이 글을 보는 분들도 마음껏 사용해도 된다. 참고로, 유튜브에 ‘인생 선배의 개념 주례사’라고 검색해도 나온다. 아래는 조금 축약된 버전이다:


“주례를 부탁 받고 모두가 정신이 없는 이 짧은 시간에 어떤 이야기가 기억에 남을까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구구절절하게 긴 이야기보다는 아주 짧은 이야기 2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는 결혼 생활을 하면 꼭 해야 할 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는데 사랑하기보다 다투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싸울 때도 있고 다툴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해서 현실적으로 안 다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하나의 가족으로 살겠다는 것은 다른 기준과 또 다른 기준이 만난 셈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치관의 충돌이 발생하여 절대 안 싸우기는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안 싸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왜 싸웠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그렇게 다툼이 일어났을 때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합니다. 서로 다른 기준을 갖고 생활한 사람이지만 이제 가족으로서 합의된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그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느냐, 바로 서로의 ‘꿈’입니다.

우리는 어느 학교를 졸업했고 어느 직장을 다니는지는 얘기하지만, 꿈에 대해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어봤습니다. ‘신랑 신부의 꿈은 무엇입니까?’ 신랑의 꿈은 훌륭한 사회적 기업가가 돼서 세상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부의 꿈은 통찰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멀리 보고 평생 공부하는 것이랍니다. 멋지죠? 정말, 제가 들어도 멋진 꿈입니다.

이 꿈이라는 기준이 없으면, 제가 볼 때 살면서 어떤 다툼도 사실 쉽게 해결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겠습니까? 꿈을 이룬 사람보다는 꿈을 이뤄 가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부부가 행복한 부부가 될까요?

우선 개인이 불행한데 행복한 부부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건 거짓말입니다. 개인이 꼭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행복합니까? 꿈을 이루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결과적으로 행복한 부부가 되려면 서로가 서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가장 완벽한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신랑과 신부가 결혼을 해서 꼭 해야 할 일입니다. 서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이게 첫 번쨰 이야기였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이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비교입니다. 내 며느리를, 내 사위를, 내 남편을, 내 아내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비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은 사실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계속 비교 합니다. 우리가 만약 비교를 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어제의 나 자신입니다. 어제의 나 자신보다 내가 성장했는지, 어제의 우리 부부보다 부부로서 더 성숙했는지, 그렇게 끊임없이 비교한다면 그건 더 이상 비교가 아닙니다. 그건 반성이고 성찰입니다. 그렇게 꾸준하게 반성과 성찰을 함꼐 해나간다면 우리는 첫 번째 해야 할 일과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바로 꿈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저는 신랑과 신부가 서로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최고의 조력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교하고 싶다면, 어제의 나 자신과만 비교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례를 마치기 전에 당부의 말씀 하나만 드리고 가겠습니다. 이 당부는 신랑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신랑의 꿈이 훌륭한 사회적 기업가가 되어서 사회적 문제를 많이 해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지금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뭐죠? 저출산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사회적 문제인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아이를 많이 낳는 게 아니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런데 보통 많은 남편들이 뭐라고 표현하죠? 나도 열심히 육아를 돕겠다. 이런 말을 하죠? 잘못된 표현입니다. 육아는 아내가 전적으로 하고 남편이 돕는 게 아니라, 똑같이 열심히 참여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아내가 전업주부라면 육아 비중이 당연히 높겠지만 그래도 육아를 100% 아내가 담당하는 것은 절대 잘못된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단순히 제3자의 입장에서 마지못해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육아를 함께 진행하는 아빠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게 신랑이 커다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첫발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기서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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